photo 겔러리
가로등불
희 망
2021. 6. 12. 11:27
가로등
밤새도록 골목길을 지킨
고개 숙인 가로등이
벌건 눈알을 비비며
밝아오는 아침을 맞는다.
철야기도 하는 어머니처럼
전선을 지키는 초병처럼
긴 밤을 새우는 불빛은
거룩한 성직자 같다.
칠흑 같은 어두움에
고독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거친 비바람 부딪칠 때면
달랠 길 없이 외로워도
수년을 하루같이
밤마다 등불을 든 사명자여
골목길만 비추지 말고
어둔 마음까지 비춰주려무나
(박인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