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겔러리
등 불
희 망
2022. 5. 2. 23:50
그리운 등불 / 이준관
그리운 사람 기다릴 때면
대문에 등불을 걸어두었다.
별빛을 머금고
빨갛게 타오르던
그리움의 심지.
그런 밤이면 개들이 유난히 짖어 대고.
개들이 짖을 때마다
노오란 살구 같은 별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움 만으로도 힘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던 시절.
하찮은 들 거미도
저녁이면 제 몸에서 맑은 실을 뽑아
그리움의 별자리를 짜서
풀 섶에 걸어두었다.
그리울 일도
슬퍼할 일도 없는
오늘,
나는 노을 빛 싸리 비로 대문 앞을 쓸고
부엉부엉 울어 대는
부엉새 같은 등불을 걸어두고 싶다.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