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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산책길에서...

희 망 2020. 12. 7. 22:37

 

 

 

 

 

 

 

 

 

 

 

 

 

 

 

 

 

 

해질녘의 단상



                                            이해인 / 수녀, 시인


어려서부터
나는 늘
해질녘이 좋았다

분꽃과 달맞이꽃이
오므렸던 꿈들을
바람 속에 펼쳐내는
쓸쓸하고도 황홀한 저녁
나의 꿈도
바람에 흔들리며
꽃피기를 기다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아이는 처음으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