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이야기 / 최영진

세상 만물이 태어날 때
제 각기 하늘이 부여한
능력대로 살다가 운명대로 죽건만
백로가 암 말 하지 아니하는데도
사람들은 공연히 이를 좋게 보기도 하고
좋지 않게 보기도 한다

고려 때 어떤 이는
백로에 관한 시 한 수를 지으려고
100일간을 쫓아다니며 관찰하다가
단 한 구절을 얻었을 뿐이란다

飛割碧山腰(비할벽산요)
"푸른 산 허리를 날며 가르네"
그러고는 끝...

백로를 사기꾼 도둑놈으로
본 대표적인 시조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희고 속검은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또 고려시대의 이규보라는 분이
백로를 이렇게 보았다

前灘富魚鰕(전탄부어하)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有意劈波入(유의벽파입)
백로가 물결을 가르고 들어가려다

見人忽驚起(견인홀경기)
사람을 보고 문득 놀라 일어나

蓼岸還飛集(료안환비집)
여뀌 꽃 강기슭에 도로 날아가 앉아서

翹經待人歸(교경대인귀)
목을 빼고 사람 가기를 기다리는데

細雨毛依濕(세우모의습)
가랑비에 털이 젖었다

心猶在灘魚(심유재탄어)
마음은 오히려 여울의 물고기에 있건만

人道忘機立(인도망기립)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서 있다고 말하네.

이 얼마나 절절한 표현인가
청산 허리를 가르며 나는 것도
물고기 때문이었던 것을...

그런데 너는 뭐이관데
온 종일 백로를 따라 다니더니
남의 흉이나 케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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