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핀 호수/ 詩 대안 박장락

 

갈기(褐起)세운 갈대꽃만

하얗게 이랑진 물결에 흩날리고

일상을 앗아 가버린 호숫가엔

핏빛으로 낭자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세월을 말한다

 

갈 바람 타고 다가온

국향(菊香)은 햇살 고운 대지에

그리움의 향기로 수 놓는데

여태 비우지 못한 중년의 한숨이

또 다른 눈물을 흘리게 하여

 

무아의 호수에

넘쳐나는 슬픔의 범람이

침묵하던 밤 벌레의

합창 소리를 일깨우면

잔물결의 호수도 잠에서 일어선다

 

불면의 밤

아무 곳에서도

통로를 찾을 수 없는 그리움이

환상으로 무너져 내리자

그대 그리운 내 마음은

물안개 피는 호숫가에 어둠으로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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